LS vs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전쟁' AS 주가 3배 폭등의 진짜 이유

작년 9월, '해저케이블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전선업계의 양대 산맥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치열한 소송전과 그 이면에 숨겨진 돈의 흐름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당시 "무엇인가 이슈가 있으면 돈 문제일 가능성이 높고, 이 두 회사의 싸움에는 진한 돈 냄새가 난다"고 코멘트를 남겼었죠.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흐른 지금, 과연 그 소송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제 코가 맡았던 '돈 냄새'의 실체는 무엇이었는지 투자 복기(A/S) 차원에서 점검해 보려고 합니다.
■ 핵심 요약 (A/S 리포트)
LS와 대한전선의 기술 유출 소송전은 72조 원 규모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거대한 해저케이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초전이었습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발(發)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까지 폭발하면서, 양사의 주가는 작년 하반기 대비 약 2.5배~3배 이상 폭등하며 전례 없는 슈퍼사이클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1. 끝나지 않은 쩐의 전쟁: 특허 침해부터 기술 유출 공방까지
두 기업의 앙금은 생각보다 깊습니다. 발단은 2019년, LS전선이 자사에서 외주를 맡았던 직원이 대한전선으로 이직한 후 유사품(대용량 전력 배전 시스템 부품)을 만들었다며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이었습니다. 이 건은 대법원 상고 없이 LS전선이 1·2심을 모두 승소하며 대한전선이 15억 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 진짜 큰 싸움은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도'
현재 경찰은 LS전선의 해저 장거리 초고압 송전 케이블(HVDC) 1~4공장 설계를 맡았던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설계 노하우가 대한전선 측으로 유출된 정황을 수사 중입니다. 대한전선은 "공개경쟁 입찰로 업체를 선정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만약 기술 유출로 결론이 날 경우 조 단위의 거대한 민사 소송전으로 번질 화약고입니다.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는 대한전선을 품에 안은 호반그룹의 반격입니다. 호반 측은 비상장사인 LS전선을 압박하기 위해 그 모기업인 (주)LS의 주식을 3% 이상 매집하는 등, 그룹 차원의 장외 여론전과 지분 싸움까지 불사하고 있습니다.

2. 왜 이렇게 싸울까?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개통
이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해저케이블 시장이 상상을 초월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2024년부터 2038년까지 무려 72.8조 원을 투입하는 국가 전력망 인프라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2031년 새만금~서화성 구간을 시작으로, 신해남~당진화력, 새만금~영흥화력 등을 잇는 거대한 바닷속 전력망이 깔리게 됩니다.
- 육상 송전탑의 한계: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지역 주민의 반발과 보상 문제로 육상 고압 송전탑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 비용을 뛰어넘는 해저케이블: 200km 기준 육상 송전탑은 약 6천억 원이 들지만, 해저케이블은 2조 원이 예상됩니다. 비용이 몇 배나 비싸더라도 현실적으로 바다를 통하는 방법밖에 없기에, 이 막대한 예산은 고스란히 해저케이블 독과점 기업인 두 회사의 수주 잔고로 꽂히게 됩니다.
3. 주가 점검 A/S: 돈 냄새의 진짜 실체는 'AI 데이터센터'
글을 처음 작성하던 작년 9월 무렵과 현재의 주가를 비교해 보면 시장의 광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기업명
작년 9월 주가
현재 주가 (2026년 기준)
상승률
(주)LS
187,500 원
450,000 원 돌파
약 +140%
대한전선
16,000 원
56,000 원 돌파
약 +250%
이 엄청난 폭등이 단순히 국내 서해안 프로젝트 때문만은 아닙니다. 진짜 트리거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의 확산이었습니다. AI 연산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노후화된 지역 전력망을 앞다투어 증설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초고압 케이블의 글로벌 쇼티지(공급 부족)를 불러온 것입니다.
■ 블로거의 투자 복기 및 인사이트 (Macro View)
솔직한 제 투자 복기를 해보자면, 작년 11월경에 두 회사 모두 돈 냄새를 맡고 조금씩 진입했었습니다. 당시 진입 타점 자체는 아주 훌륭했지만, 지금 이 폭발적인 상승률을 보고 있자니 "수익을 냈음에도 너무 일찍 내린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쓸한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익 난 매도는 언제나 옳다"는 증시 격언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이번 전선주 랠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메가 트렌드의 파급력'입니다. AI라는 소프트웨어 혁명이 결국 '전력망 증설'이라는 구시대 하드웨어의 슈퍼사이클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으로도 시장에 큰 이슈와 소송전이 벌어질 때, 그 이면에 흐르는 거대한 자본(Macro)의 흐름과 파생되는 밸류체인을 끝까지 발라먹는(?) 끈기 있는 투자 시각을 길러야겠습니다.